'간이과세제'를 적용받는 사업자의 범위를 넓히려는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물가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간이과세자 매출기준을 조정하자는데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태다. 예년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영세사업자의 경영난이 가중된다는 측면에선 제도 개선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도 최근 부가가치세 납부면세 기준금액을 연 매출 2400만원 미만에서 3000만원 미만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놓는 등 '판'이 제대로 깔렸다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간이과세 적용대상 매출기준(연 4800만원)이 조정되기 위해서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사업자들의 탈세를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인식'이 곧 큰 산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세법 개정 논의 때마다 간이과세 확대 법안은 등장했지만, 번번이 좌초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간이과세 확대 꺼내든 與野 현재 일반과세 사업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는데, 1년 매출이 4800만원을 넘지 않는 사업자들의 경우 매출액의 0.5~3%에 해당하는 낮은 세율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특례가 바로 간이과세제다. 특히 매입과 매출 거래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연 매출액이 2400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아예 세금납부 의무가 없다. 현재 정치권에선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올리는 내용의 법안들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연 매출 7000만원(면세금액은 3000만원)으로 인상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0년 이후부터 동일하게 유지되어온 간이과세·부가가치세 면제 기준금액을 최근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 물가 상승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 이유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도 이 기준금액을 7200만원, 면세금액은 3600만원까지 인상하는 안을 내놨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안은 이보다 적은 6000만원(간이과세 기준금액)이었다. 이들 모두 "영세사업자의 납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달았다. 정 의원안을 기초로 간이과세제 기준금액을 올릴 경우 부가가치세·지방소비세가 향후 5년 동안 8841억원(연 평균 1768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 세부담 덜어주기 취지는 좋지만… 영세한 사업자들의 세부담과 납세협력비용을 줄인다는 기본 취지는 좋지만,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영세사업자를 빙자한 일부 사업자는 과세특례를 적용받기 위해 세금계산서 교부를 기피하는 등의 꼼수로 간이과세자로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부가가치세 신고자 중 간이과세자는 총 165만2359명으로, 전체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사업자(608만5025명) 중 약 27%를 차지했다. 이 중 126만3490명은 과세표준 매출액이 연 2400만원을 넘지 않은 것으로 신고, 부가가치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과세당국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위장' 간이과세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간이과세자들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정하는 '업종별 부가가치율'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모양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제조업 일반사업자의 경우 매출액 1000원당 평균 400원의 부가가치(부가가치율 40%)가 발생되는데, 간이과세 부가가치율은 20%(제조업)가 적용된다. 이처럼 낮은 부가가치율로 인해 간이과세제가 탈세 유인을 제공하는 만큼,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올렸을 땐 세금탈루 문제가 더 도드라질 공산이 크다. 정부도 "간이과세제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올해 역시 정치권과 정부의 세법개정 논의 과정은 만만치 않은 대립구도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과세기반을 허무는 간이과세를 폐지하는 대신 세금계산서 수수 정도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대안으로 꼽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